『아침 그리고 저녁』은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과 끝나는 순간을 서로 겹쳐 보여주며, 존재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고도 기적적인지 조용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남자 요한네스가 있다. 첫 장면은 그의 탄생이고, 두 번째 장면은 그의 죽음이다. 작가는 이 두 순간을 서로의 거울처럼 배치해 인간의 생애를 압축하여 보여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는 기쁨과 상실, 익숙함과 비밀스러움, 삶의 무늬와 죽음의 고요를 느리게 음미하게 만든다. 요한네스의 탄생은 가족의 환희 속에서 펼쳐지지만, 그의 죽음은 그 어떤 과장도 없이, 그저 삶의 한 장이 닫히는 듯한 조용한 움직임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사건보다 감각과 순간의 진동에 집중하며, 인간이란 결국 ‘매일같이 그날의 아침과 저녁을 통과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탄생과 죽음은 거창하게 반짝이지 않지만, 소설은 그 사이를 채우는 작은 온도와 숨결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깊고 묵직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차분히 드러낸다.

탄생의 장면 — 시작이라는 이름의 신비와 인간 존재의 첫번째 리듬
소설의 첫 장면에서는 요한네스의 아버지가 막 태어난 아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요한네스의 탄생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듯 보이지만, 각각의 감정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아버지는 작은 아이를 품에 안으며 그의 미래를 상상하고, 아이가 앞으로 겪게 될 기쁨과 슬픔까지도 언뜻 짐작하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탄생은 단순히 한 생명이 세상에 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순간부터 매일 반복될 ‘아침과 저녁’, 즉 인생의 리듬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리듬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 사람의 생애가 거창한 시간의 축적이 아니라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조금씩 모습을 갖추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탄생의 장면 속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 부모가 아이를 품을 때 느끼는 책임감, 그리고 삶이라는 거대한 세계로 들어오는 첫 걸음이 섬세하게 녹아 있다. 그 순간은 한 가정의 새로운 시작이며, 동시에 무수한 삶 중 하나가 지금 막 ‘여기’에서 시작되었다는 우주적 순간이다. 이 장면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작가는 탄생을 단순한 출발점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출발이란 얼마나 연약하고 조용한지, 그러나 그 연약함 속에 얼마나 거대한 힘이 숨어 있는지 보여준다. 이 탄생은 이후 요한네스의 죽음 장면과 나란히 놓이며, 독자에게 ‘삶의 원환’이란 무엇인가를 묵묵히 질문한다. 탄생은 기쁨의 순간이지만, 동시에 이미 끝을 향한 여정의 출발점이기도 하다는 이중적 의미가 이야기 전체의 밑그림을 그린다.
죽음의 시간 — 하루의 저녁처럼 찾아오는 고요한 마지막
중반부에서 이야기는 요한네스가 늙어서 맞이하는 ‘마지막 하루’로 이동한다. 작가는 죽음의 순간을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벽 공기처럼 차갑고 담담하게, 요한네스가 자신의 죽음을 깨닫는 과정을 하나의 일상처럼 묘사한다. 요한네스는 갑작스레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몸이 더 이상 ‘평소의 세계’와 정확히 연결되지 않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다. 하지만 그 깨달음의 순간은 공포가 아니라 놀랍도록 고요하다. 그는 삶이 끝났음을 알고도 당황하지 않는다. 마치 하루가 저녁으로 물러날 때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죽음 이후 요한네스는 살아 있을 때처럼 마을 곳곳을 거닌다. 그는 아내가 있는 집을 바라보고, 오래된 친구가 지내는 공간을 지나며, 자신이 평생 살아온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다. 그는 변화 없는 일상의 풍경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그리고 그 평범함 속에 삶의 빛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요한네스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애정을 느낀다. 그는 말을 걸 수 없지만, 그 순간 아내를 향한 감정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다. 죽음은 그에게 슬픔을 남기지만, 슬픔조차 잔잔하며, 사랑의 잔향처럼 남아 마음을 흔든다. 이 장면은 죽음이 삶과 완전히 단절된 순간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삶의 리듬을 따라가는 ‘또 하나의 저녁’임을 드러낸다. 사람의 죽음이 언제나 비극적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조용히 문을 닫듯 닫히는 것, 자신이 지나온 삶을 잔잔하게 돌아보는 시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말한다.
아침과 저녁의 순환 — 존재의 완성, 시간의 둥근 궤적
후반부에서 작품은 삶의 시작과 끝을 서로 대칭으로 보여주며, 인간의 존재가 하나의 큰 원을 그리며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아침은 탄생이고, 저녁은 죽음이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은 서로 분리된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리듬과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된다. 작품은 요한네스의 생애 전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성공이나 실패, 행복이나 고통의 크고 작은 사건을 나열하지도 않는다. 대신 작가는 ‘하루를 통과하는 방식’이 곧 인간의 삶 전체라고 말한다. 요한네스는 결국 자신이 매일 보아왔던 풍경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이는 그가 살아왔던 방식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침과 저녁의 반복은 곧 삶의 본질이다. 사람은 매일 아침 다시 태어나고, 매일 저녁 하루를 죽음처럼 마무리한다. 이 반복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며, 결국 시간이 쌓여 생애가 완성된다. 요한네스는 죽음 직전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아내의 미소, 친구의 편안한 침묵, 농장의 냄새, 아침 공기의 서늘함 같은 사소한 것들이 삶의 전부였다는 사실에 깊은 평온을 느낀다. 삶은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했다. 이 마지막 부분에서 소설은 ‘죽음이 삶의 완성’이라는 테마를 강조한다. 죽음을 통해 요한네스의 생애는 하나의 완전한 원이 된다. 그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리듬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작품은 독자에게 조용히 말한다. 우리는 모두 매일 아침 태어나고 매일 저녁 조금씩 죽어가며, 그 반복이야말로 존재의 가장 깊은 진실이라고.